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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6/10 눈 먼 자들의 도시
  2. 2010/12/28 단상
  3. 2010/12/23 기분
  4. 2010/12/22 글쓰기 위해서 글쓰기

인류는 ‘바이러스’ 때문에 망할 수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을 영화화한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은 하나둘 시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첨단 과학기술로 이 바이러스의 원인과 경로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바이러스는 급속히 확산되어 모든 사람이 시각장애인이 된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문명은 그대로 무너진다. 전기와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무용지물이다. 자동차, 기차, 비행기와 같이 현대도시를 지탱해오던 필수적 도구도 그저 거대한 고철쓰레기에 불과하다. 보지 못하는 자들이 거주하는 도시는 죽을 날을 앞둔 짐승들의 사육장 같다. 영화에서 보았던 징조는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사스와 조류독감, 광우병,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동일했다.


Posted by 김윤호 champion

1.
암 환자와 환자 가족, 친구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완전한 정보를 듣고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든 결정은 근본적으로 불확실한 것이다. 
불완전하지만, 하나를 골라서 훌쩍,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서.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인생을 좌우할 결정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 같이 치명적인 갈림길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도 여전히 붙잡고 낑낑댔던 주제다.
암 생존자 가족과 친구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려고 한지도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연초부터 구상했던 책은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한 해가 다 저물어가고 있다. 

갑자기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다.
암 진단을 받고서 얼마나 막막했는지, 이 병원과 저 병원에 다니면서 얼마나 두려웠는지,
돌아보면, 지금은 그때 내렸던 선택들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때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나라도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두려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배움의 순간이다.
어떤 가르침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 귀한 깨달음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두려움에 직면한다는 것은 한계를 직면한다는 것.
사람이 유한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진실을 아는 것.


2.
나는 2007년 6월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2010년 12월 현재까지 3년 6개월째 생존하고 있다.
2008년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던 고 이태석 신부는 지난 1월에 선종했다.
부지런하고 착한 종은 하늘나라로 떠나갔고, 게으르고 악한 종은 아직도 살아남았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이태석 신부처럼 살 수는 없지만, 수단으로 가서 선교와 봉사를 행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분명 책을 쓰는 일일 것이다.
내 책이 다른 아픈 사람들을 돕는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쓰려고 했던 수많은 시간이 선한 일을 낳았으면 참 좋겠다.




Posted by 김윤호 champion

기분은 변한다.
그리고 변질되어 곧잘 상한다.

기분은 영향을 잘 받고, 기분은 영향도 잘 준다.
정기적으로 기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분은 더러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기분이 더러우면, 만사가 더럽다.
기분이 좋으면, 만사도 좋다.
좋은 기분이 좋은 기운을 일으킨다.

기분을 소중히 여기자.  
기분을 자주 깨끗하게 씻자.

Posted by 김윤호 champion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잘할 수 있다면, 나를 둘러싼 세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칭찬하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스스로 마음에 들게 된다.
여전히 무언가 쓰기 위해서 책상에 앉으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와중에도 내가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기대된다.
잘 쓸 수도 있고 못 쓸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글을 쓸 수는 있다.
잘 썼다면 다들 잘 썼다고 말할 것이고, 못 썼다면 편집장이 빨간 펜으로 여기저기 지적해서 돌려줄 것이다.
그때는 다시 쓰면 된다.
다시 쓰면 좀 더 좋아진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잘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오면 모든 일들이 이처럼 명료해진다.

...

그러므로 쓰라.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작가로서 쓰지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라.
비난하고 좌절하기 위해서 쓰지 말고,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라.
고통 없이, 중단 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계 안에서,
지금 당장,
원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소설>, 마음산책, 2010, 218쪽, 222-223쪽



잘 쓰건, 못 쓰건, 쓰자.
어쨌든 매일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쓰자.
그거면 족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글을 쓰자.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고 자학하면서 글을 쓰지 말자.
모든 글은 쓰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어떻게든 쓰면, 어떻게든 쓰일 것이다.

Posted by 김윤호 champ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