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암 환자와 환자 가족, 친구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완전한 정보를 듣고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든 결정은 근본적으로 불확실한 것이다.
불완전하지만, 하나를 골라서 훌쩍,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서.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인생을 좌우할 결정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 같이 치명적인 갈림길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도 여전히 붙잡고 낑낑댔던 주제다.
암 생존자 가족과 친구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려고 한지도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연초부터 구상했던 책은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한 해가 다 저물어가고 있다.
갑자기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다.
암 진단을 받고서 얼마나 막막했는지, 이 병원과 저 병원에 다니면서 얼마나 두려웠는지,
돌아보면, 지금은 그때 내렸던 선택들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때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나라도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두려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배움의 순간이다.
어떤 가르침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 귀한 깨달음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두려움에 직면한다는 것은 한계를 직면한다는 것.
사람이 유한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진실을 아는 것.
2.
나는 2007년 6월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2010년 12월 현재까지 3년 6개월째 생존하고 있다.
2008년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던 고 이태석 신부는 지난 1월에 선종했다.
부지런하고 착한 종은 하늘나라로 떠나갔고, 게으르고 악한 종은 아직도 살아남았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이태석 신부처럼 살 수는 없지만, 수단으로 가서 선교와 봉사를 행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분명 책을 쓰는 일일 것이다.
내 책이 다른 아픈 사람들을 돕는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쓰려고 했던 수많은 시간이 선한 일을 낳았으면 참 좋겠다.



